"이번 주는 바쁘니까 날짜 바꾸지?"라는 청천벽력
얼마 전 저희 인사팀 캐비닛 뒤에서 마케팅팀 최 대리가 눈물을 훔치고 있더라고요. 사연을 들어보니 한 달 전부터 피케팅에 성공해서 모셔둔 콘서트 티켓과 호텔 예약까지 다 해놨는데, 부장님이 "그 주에 중요한 거래처 미팅이 잡힐 것 같으니 연차를 미뤄라"라며 결재를 반려하셨대요. 예약 취소 수수료에 속이 타들어 가는 최 대리를 보며 저도 15년 차 인사팀장으로서 참 안타까웠습니다. 과연 회사는 직원의 소중한 연차를 마음대로 반려하거나 바꿀 권리가 정말 있는 걸까요?
법이 정한 '시기변경권'은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아요
요점부터 짚어드리자면, 근로기준법상 연차는 여러분이 '원하는 시기'에 자유롭게 쓰는 것이 대원칙이랍니다. 다만 법에는 회사를 위한 예외 조항으로 '시기변경권'이라는 카드가 있기는 해요. 직원이 신청한 그날에 휴가를 주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생길 때만 회사가 날짜를 바꿔달라고 할 수 있는 권리죠.
여기서 포인트는 바로 '막대한 지장'의 기준입니다. 현업에서 부장님들이 흔히 쓰는 "바쁘니까", "거래처 미팅이 있어서" 정도의 일상적인 이유로는 이 요건을 충족하기가 정말 어렵더라고요. 업종과 시기, 대체 인력을 구할 수 있는지, 실제 업무 차질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종합적으로 따져서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수준이어야 해요. 정당한 사유 없이 연차를 무조건 가로막는다면 근로기준법상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도 있는 엄연한 법 위반입니다.
만약 부당하게 반려당하셨다면 감정적으로 싸우기보다는 반려 사유를 메일이나 메신저 같은 '기록'으로 명확히 남겨두시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제가 없는 동안 업무 백업은 이렇게 해두겠다"며 사업 운영에 지장이 없음을 차분히 설명해 보세요. 휴가는 회사의 시혜가 아니라, 열심히 달린 여러분이 당연히 누려야 할 유쾌한 쉼표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