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소리가 복도까지 들릴 것 같던 그 시절
회사생활 처음 시작할 때의 3개월은 누구나 매일이 살얼음판이죠. 아침 출근길도 무섭고, 복도에서 상무님이라도 마주치면 허리가 용수철처럼 접히던 신입사원 시절 말입니다. 그때 해외에서 정말 오랜만에 귀국하는 대학 단짝이 평일 오후에 친구들을 모은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이번 기회를 놓치면 몇 년간은 못 볼 게 뻔해 큰맘 먹고 입사 후 첫 휴가, 그것도 아주 소박한 '오후 반차'를 써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개인 사유' 네 글자를 쓰기까지의 눈물겨운 여정
결재 창을 켜두고 사유란에 뭐라고 적어야 할지 한 시간 동안 모니터만 뚫어져라 쳐다봤던 기억이 나요. '개인 사정'은 성의 없어 보이고, '친구 모임'이라고 쓰면 정신 나간 신입사원 소리를 들을까 봐 온갖 소설을 썼었죠. 결국 머그잔을 들고 탕비실로 가는 사수 대리님을 쫄래쫄래 따라가 모기만 한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대리님, 혹시 다음 주 수요일 오후에 급한 회의가 있을까요? 개인적인 일이 있어서 오후 반차를 좀..." 대리님은 믹스커피를 저으며 "어, 써요. 기안 올려놔요" 라고 쿨하게 답해줬는데, 어찌나 고맙던지요.
나중에 인사팀장이 되고 나서야 안 사실이지만, 연차를 올릴 때 구체적인 사유를 구구절절 적어낼 법적 의무는 없답니다. 회사 결재 시스템에 사유란이 있어서 뭔가 채워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들 뿐이지, 보통은 '개인 사유' 정도면 충분해요. 당일 오후 2시, 컴퓨터를 끄고 사무실 문을 나설 때 뒤통수가 뜨거웠지만,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륵 닫히는 순간 귓가에 샹송이 흐르는 것 같더라고요. 평일 한낮의 텅 빈 지하철역 출구를 걸어 나오며 느끼는 해방감, 신입사원에게 반차는 단순한 휴식을 넘어 회사라는 거대한 성벽에 작은 탈출구를 내는 짜릿한 일탈이 아닐까 싶어요.